린이 도장을 만들다

지난 달 북경 출장 길에 반나절 시간이 붕 뜬 적이 있었다.
보통같으면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쉴텐데, 이번에는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린이 도장을 만드는 일.

한국에서는 그 값이 비싸기도 할 뿐더러 기계로 도장을 파주는 것이 일반적이라, 중국에 간 김에 손수 도장을 깍아주는 곳에 가서 린이 도장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고 마눌과 전에 얘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장집이 많이 있을 법한 곳을 물어물어 간 곳이 '판자위엔' 우리말로 '반가원'이라는 풍물 시장이었다.

이날이 마침 정월 대보름이어서 꽃등 장식이 여기저기 달려있었다.  공식적으로 연초로 인정되는 마지막 날인 정월 대보름.  다음날부터는 이런 것들이 철거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좌판도 있었고,

이런 가게들도 있었다.

골동품이라고 생각되는 온갖것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인사동 골목과 느낌이 비슷하다.  진품이라면 그 값이 엄청날만한 것들의 모조품을 정말 진품인듯하게 진열하고 팔고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진품으로 생각하고 무진장한 바가지를 쓰고서 구매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것 중에서 어떤 것을 고를까 하다가 결정한 것이,
도장 소재로는 최고로 쳐주는 '상아'

하지만 얼마전부터 상아의 유통과 판매가 전세계적으로 금지가 되었고, 그래서 그 전에는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는데, 이 시장을 두 바퀴나 돌면서 찾아 봤지만 없었다.  있다고 하는 곳이 있어서 좀 보자고 했더니 '상아'는 아니고 '코끼리의 다른 부위 뼈'로 판명이 났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도장 전문가나 되냐고?  없다는 가게에서 물어봣다.  저쪽 집은 있다고 하는데 왜 이 가게는 없냐?  그랬더니 그건 '상아'가 아니고 '다른 부위 뼈'란다.  이쯤 되면 잘 몰라도 최소한 확인은 한 셈 아닌가?

상아가 도장의 소재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 희귀성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코끼리의 뼈이니 남다르게 튼튼할 것이고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인주가 도장에 스며들어서 멋지게 색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뼈라는 것으로 만들기로 결정을 하고 그 다음은 도장을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파주는 곳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곳.

이렇게나 많은 유명인들이 다녀갔다는 이곳을 근처 가게에서 추천해주었다.  가서 보니 드물게도 직접 손으로 조각을 해 주는 것이 맞았고, 그 서체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써준 린이의 이름으로 도장을 파기 시작하는 주인 아저씨.

나중에 알고봤더니 이집은 정말 유명한 집이었다.  멀리서도 일부러 이집에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리고 이집은 얼굴을 캐리커쳐로 그려서 그대로 만들어주는 소위 '얼굴도장'으로도 유명했다.  나도 하나 만들어볼까 하다가 비싼(?) 값에 비해서 그 쓰임새가 많지 않겠다 싶어서 포기.

다른 분의 얼굴도장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잠깐 담아 봤다.

둘째 것도 같이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쉽게도 이 시점까지 둘째는 이름이 없었다.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소재와 글자 수에 비례하는데, 나는 150원에 흥정을 마쳤다.  이정도면 적당하다 싶었는데, 마음먹고 더 깍자면 조금은 더 깍을 수 있겠더라.  하지만 처음에 다른 가게에서 소재만 800원 부른 것에 비하면 거의 1/10 인 셈이다.  도장 파는 것은 한자에 50원 정도를 처음에 요구했다.

아직 린이가 어리므로 도장 쓸 일이 있으려면 십년 이상이 걸리겠지만, 아빠가 그 도장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를 해 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이 도장집은 몇 번 더 갈 것 같은 예상이 든다.

덧글

  • lhj 2009/08/05 01:03 # 삭제 답글

    블로그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혹시 도장 파는가격 말고 코끼리뼈 가격 그때 얼마 주고 구매하셨는지
    기억 나시나요?
  • bezner 2009/08/08 13:30 #

    100원 정도에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700~800원 정도를 부르는 집이 많습니다. 저는 이것 저것 합해서 가격을 할인 받았으니, 그냥 도장 소재만의 가격은 200원 정도면 적당해 보입니다.
  • js1933 2011/02/16 20:47 # 삭제 답글

    도장 파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 bezner 2011/02/22 15:51 #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옆에서 구경해도 재밌고, 구경 한바퀴 하고 와도 좋을 시간이죠.
  • clarus 2011/06/23 01:39 # 삭제 답글

    얼굴도장 찍었구나...

    잘 지내나? ^___^

    -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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